여론재판의 그림자: 법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여론재판의 그림자: 법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법은 사회적 공정성과 정의를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윌리엄 블랙스톤은 18세기에 열 명의 범죄자가 도망치는 것이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초를 겪는 것보다 더 낫다는 명제를 통해 법이 반드시 무고한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그러나 역사는 이 원칙이 무너진 사례들로 가득하다대표적인 예로예수님의 재판은 정의가 여론과 정치적 압력에 의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여론재판의 그림자: 법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코리안투데이] 공정한 재판을 상징하는 법원의 모습(AI 그림) © 임승탁 기자

로마 총독 빌라도는 예수의 무죄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군중의 분노와 압력에 굴복해 십자가형을 선고했다이 재판은 단순한 정의의 실패가 아니었다빌라도는 무죄를 선언함으로써 자신이 입을 정치적 손실을 우려했다결국법의 독립성과 정의는 희생되었고여론에 휘둘린 판단이 가져오는 위험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대에서도 여론재판의 그림자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때 여론은 종종 법적 절차보다 감정적 반응에 기반하여 사람을 단죄하려 한다온라인 플랫폼과 SNS의 발달은 이러한 여론재판을 더 빠르고 강력하게 확산시키고 있다잘못된 정보나 단편적인 주장만으로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무차별적인 비난과 배척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이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여론이 스스로 판사가 되어 정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코리안투데이] 여론의 힘에 공정의 저울이 기울어져 버린 현실 속에서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가?'(AI 그림) © 임승탁 기자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사회에서 시민들이 느낄 좌절감은 단순히 개인적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존 애덤스는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사회에서 시민들은 죄를 짓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비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는 법과 정의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키며공동체 전체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법의 본질은 무고한 사람을 보호하는 데 있으나여론에 의한 재판은 이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AI 재판관이 제안되고 있다. AI는 인간이 가진 감정적 편향이나 여론의 압력에서 자유롭다방대한 법률 데이터를 분석해 일관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재판 지연을 줄이고 사법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무엇보다 AI는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받는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이는 법의 본질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물론 AI 재판관 도입에는 윤리적·기술적 문제가 따른다알고리즘의 편향성판결 오류의 책임 소재도덕적 판단이 요구되는 복잡한 사안에서의 한계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그러나 투명한 알고리즘 검증데이터 품질 관리그리고 인간 판사와의 협력 모델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AI는 인간 사법 체계의 약점을 보완하며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역사는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했을 때의 교훈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왔다법이 여론의 손에 좌우될 때정의는 본질을 잃는다법이 독립성을 유지하고 정의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 남기 위해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보완할 기술적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AI 재판관은 이러한 대안 중 가장 혁신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도구다이제는 여론재판의 그림자를 걷어내고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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